▲ 모두의 마음속엔 부처가 있어…그걸 들여다보는 것이 수행
종교인들은 내 허물 ‘참회’하고 어두운 곳 밝히는 등불 돼야
정치든 경제든 사람을 대상화 말고 ‘함께하는 세상’ 만들길
설악산 백담사 무금선원의 영진 스님(62)은 불교계에서 ‘젊은 축에 들지만 공부 제대로 하는 스님’ ‘영락없는 수좌(선승)’라 불린다. 무문관(자물쇠로 밖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하루 한 끼 공양을 하며 용맹정진하는 수행)을 비롯해 30여년을 넘게 선방에서 참선수행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좋은 한 말씀’을 듣기 위해 영진 스님을 찾았다. “산속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무슨 인터뷰냐”며 몇 차례 거절하던 스님을 결국 만났다.
“수좌란 자기 신념을 세우고 그 길을 오롯이 앞뒤 돌아보지 않고 가는 사람입니다. 운수납자(雲水衲子·누더기를 입고 구름 가듯 물 흐르듯 떠돌아다니면서 수행하는 승려)라고도 하죠. 모든 집착을 버리고 수행만을 위해 사는 사람, 그게 수좌입니다.”
스님은 “공부, 수행”을 거듭 강조했다. 공부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2004년 동안거 때 설악산에는 눈이 엄청 많이 내렸다.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維那·승려들의 규율 책임자) 겸 기본선원운영위원장인 영진 스님은 당시 무문관 수행 중이었다. 하루 한 번, 오전 11시쯤 공양이 들어오는데 어느 날 두 시간이나 늦어졌다. 작은 문으로 공양 그릇을 넣어주며 “죄송하다”는 스님들의 얼굴에 한겨울임에도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산꼭대기의 선원 무문관까지 눈을 치우면서 온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을 듣는데 울컥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 시봉을 받아가면서 하는 공부인데 게을리하면 절대 안되겠다는 부끄러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1972년 금산사에서 도영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영진 스님은 그동안 봉암사, 해인사, 통도사 등 전국 곳곳의 선원에서 정진해 왔다. 2005년에는 전국선원수좌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30년 이상 어떻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믿는 힘’ 때문이다. “선수행은 자기가 본래 부처라는 믿음에서 시작합니다. 본래 밝은 존재인데 어쩌다가 무명의 구름에 가려서 중생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믿음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죠.” 스님은 대중 법문 때는 참회(懺悔)를 강조한다. “ ‘참’은 잘못한 것을 뉘우치는 것이고, ‘회’는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참회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들어있죠. 자기를 들여다보면 어떻게 남을 비방할 수 있겠습니까. 수행은 자기 참회, 자기 성찰이 먼저입니다.”
스님은 무문관을 여러 차례했지만 2009년 이후에는 소임을 맡는 바람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문관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문을 잠그는 순간 모든 시비분별이 끊기죠. 오직 생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으로 무문관에 들어갑니다. 무문관에서도 매일 1000배 이상 절을 합니다. 불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성불(自性佛·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에게 절하는 것이죠. 자기를 들여다보는 수행 방법입니다. 제대로 깨닫지 못해 다음 철로 미루고 무문관을 나설 때는 눈물이 나죠.”
철저한 수행이 세상을 얼마나 바꾸고 있을까, 세상은 그대로인데 수행만 하면 무슨 소용일까. “그런 질문을 받죠. 근데 그게 둘이 아닙니다. 불교 수행은 자기만을 위한 수행이 아니에요. 부처님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르침을 따르게 된 것처럼 성현이 출현하면 세상이 밝아집니다. 깨달은 자가 중생을 외면하면 그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죠. 깨달음이 지혜의 완성이라면, 중생에게로의 회향은 자비의 완성입니다. 지혜와 자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 등을 보면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교와 성직자들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게 된 것은 종교인들이 오만에 빠졌기 때문이죠. 더불어 사는 걸 망각하고 언행일치가 되지 않으니까 종교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너나없이 종교인들은 자신의 허물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때 저도 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했는데 저를 들여다보니 남에게 바른 소리 할 만큼 청정한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안거 때면 2000여명의 수좌들이 수행정진하고 있다는 것, 올곧은 종교인들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영진 스님은 치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모두는 하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길고 짧고, 좋고 나쁘다는 대립적 생각으로 나 아닌 것은 쳐내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평화나 남북통일도 마찬가지고요. 대립적 관념으로 보니까 처단해야 할 대상이 있는 겁니다. 정치든, 경제든 사람을 대상화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널 다스린다, 널 채용한다가 아니라 ‘함께한다’고 봐야 합니다. 자동차의 부품이 4만개가 필요한데 엔진, 바퀴 등 누가 주인공일까요? 모두가 다 주인공입니다. 서로가 어우러졌을 때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해지는 겁니다.”
부처님오신날의 현재적 의미, 부처에게 진정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부처님을 닮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봉축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길에서 살았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충만한 향기를 모든 이웃과 회향하는 것이 부처님오신날을 참답게 새기는 것일 겁니다.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하라’는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었습니다. 등은 밝은 곳이 아니라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빛납니다. 그 등불 빛은 아무리 나눠도 자신에게 손해가 없습니다. 수행과 공부를 통해 저마다 무명의 구름을 걷어내고 진리의 등불을 세상에 널리 밝혔으면 합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42121585&code=960206